중국판 일베 ‘샤오펀홍(小粉紅)’ 의 뜻과 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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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량선생

혹시 여러분들은 샤오펀홍(小粉紅) 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일전에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BTS의 벤플리트상 수상 소감에 대한 중국 네티즌들의 황당한 공격 발언들을 기억하실 겁니다.

처음에 이 사건을 접하고 도대체 왜? 어느 부분에서? 문제가 된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어 이러저러한 자료들도 찾아보고, 나름 여러가지 이유도 유추해 봤었는데요,

이를 통해 내린 결론은 이는 중국의 그릇된 역사 교육(항미원조 : 중국이 미국에 대항하여 조선을 도와주었다는 의미로, 중국이 6.25 전쟁을 바라보는 시각)과 관련이 있고, 백 번 양보해서 생각해도 확실한 건 ‘중국이 도운 조선은 북한이지, 남한은 절대 아니라는 사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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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중국 네티즌들은 BTS측의 사과를 요구하고 했었으나, 이 문제는 오히려 중국 네티즌들이 BTS에게 사과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덕분에 한국전쟁의 역사에 대해 잘 모르던 외국 사람들이 오히려 이번 일을 통해 자료도 찾아보고 많이 알게 되었다고 하는군요.

샤오펀홍


논란의 중심에 선 샤오펀홍(小粉紅) 

지난 BTS 벤플리트상 수상 소감 사태를 분석하는 여러 기사와 글들을 보다 보니 등장하는 단어가 하나 있었는데요, 바로 샤오펀홍(小粉紅) 이라는 말이었습니다.

지금도 ‘샤오펀홍’ 이라는 단어로 검색해 보면 지난 사태와 관련된 많은 기사들을 볼 수 있는데요, 우리말로 하면 ‘소분홍’ 이니까 ‘작은 분홍색’ 정도로 해석될 수 있는 말인데 정확히 무슨 뜻일까요? 인터넷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이 나와있습니다.

샤오펀홍(小粉紅)은 작은 분홍색이라는 뜻으로, 애국적 광신을 보이고 있는 중국의 누리꾼 집단을 가리키는 말이다. 중국의 극단적인 민족주의를 주도하고 있는 세력을 가리키는 말이 샤오펀홍(小粉紅)이다.

샤오펀홍(小粉紅)은 애국심으로 무장한 중국의 젊은 층으로, 이들은 #Proudofchina란 해시태크를 달고 인터넷을 누비며 정부 정책을 적극 옹호하는 세력이다. 이들은 중국에 대한 비판은 결코 용납하지 않으며 중국에 대한 비판적 의견에 무차별 공격을 가한다.

2016년 1월 한국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출신 멤버 쯔위(周子瑜)가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든 것이 알려지자 쯔위(周子瑜)의 인스타그램에 몰려가 비난 세례를 가했던 사례가 있다.

위의 내용을 보니 쯔위 사례도 기억이 나네요. 이 문제를 이해하려면 ‘양안관계’에 대해 먼저 이해가 필요합니다.

그럼 왜 하필 ‘분홍색’ 하고 관련이 있을까요? 그 이유는 바로 그들이 처음 등장한 인터넷 사이트와 관련 있습니다.

진장문학도시-웹페이지
진장문학도시 웹페이지

그들의 아지트, 진장문학도시(晋江文學城)

샤오펀홍의 시작은 진장문학도시(晋江文學城) 라는 사이트로부터 출발합니다.

처음 출발은 여성 문학 사이트로 회원 간에 작품을 교환하고 논의하는 주제가 문학으로 한정되었지만, 이후 우루무치(烏魯木齊) 에서 폭동이 일어난 시점 전후로 정치와 시사로 주제가 확대되었습니다.

이 사이트에서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나 서방국을 미화하는 게시글을 올리는 이들을 강하게 비판하는 회원들이 ‘국가를 걱정하는 진장 소녀그룹’으로 불리거나 사이트 첫 화면 주 색깔인 분홍색에서 유래한 ‘샤오펀홍’ 이라는 애칭으로 불렸으며 이후 샤오펀홍 이라는 표현이 중국 전체로 확산되었습니다. 

현재는 사이트를 찾아가 보니 첫 페이지는 초록색이고, 포럼은 분홍색이네요. 이런 말들을 의식해서 바뀐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샤오펀홍에 대한 평가 

중국 내에서도 이들에 대한 평가는 다양한 거 같습니다. 민족주의자들의 훌륭한 활약이라고 하는 부류도 있고, 중국인들 사이에서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 비아냥 거리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는 데요,

여하튼 이들은 90년대 중국 경제가 성장하는 시기에 태어나 국가의 부흥과 성장을 같이 하고 있는 세대로, 국가와 자신을 동일 시 하는 생각이 강한 부류로 보여집니다.

그래서 자신의 국가에 조금이라도 스크래치가 날 일이라도 생길 법 하면 앞뒤 안 가리고 달려드는 그런 맹목적 애국주의 사상을 가지고 있으며, 그리고 이런 행동의 결과로 상대가 물러서거나 사과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들이 더욱 강화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샤오펀홍을 일각에서는 ’21세기 홍위병(紅衛兵)‘이라고 칭하기도 합니다.

문화대혁명 당시 홍위병
문화대혁명 당시 홍위병

홍위병은 중국 문화대혁명 무렵 당시에 마오쩌둥 사상을 옹호하는 학생층으로 조직된 극좌 단체로, 마오쩌둥 사상에 반대하거나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사상을 가진 사람과 단체들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하고, 파괴하는 등 극단 행동을 서슴치 않았던 조직을 일컫는 말입니다.

현재 샤오펀홍의 행동 양상은 홍위병의 그것과 상당히 유사합니다. 다만 활동 장소가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이라는 것과, 홍위병은 당시 마오쩌둥 세력에 의해 시작된 관제 조직인 반면, 샤오펀홍은 자생적으로 생겨난 조직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차이가 있습니다.

마치며…

이상으로 중국판 일베로 불리우는 샤오펀홍에 대해 간단히 알아봤습니다.

사실 어느 나라나 극단적인 자국 이기주의를 내세우는 사람들 또는 조직은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유독 중국은 그 정도가 좀 심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아무래도 사회주의라는 체제 특성 상 반대되는 의견을 표출하기는 쉽지 않아 자정 능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도 보이고, 근래 중국의 급부상으로 국제 사회에 자주 등장함에 따라 인터넷을 통해 글로벌 적으로 반대되는 의견에 공격을 하기 때문에 자주 보여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누구에게나 애국심은 있고, 조국을 사랑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다른 국가에게 아픔을 주거나 피해를 주는 것은 옳지 않은 것입니다. 중국이 진정 선진국의 반열에 오르고자 한다면 Global Citizen으로서의 마인드가 먼저 필요할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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