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꽌시 문화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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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량선생

오늘은 중국 사회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꽌시’에 대해 그 의미와 단계 측면에서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중국 관련 일을 하거나, 관련 일을 하지 않더라도 아마 ‘꽌시’라는 말을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중국과 관련하여 우스갯소리로 중국에서는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다 라는 말도 있지요. 그 얘기는 인맥이 없으면 상황에 따라 일이 안될 수도 있고, 반대로 인맥이 있으면 안될 거 같은 일도 되더라는 이야기 입니다.

바로 여기서 말하는 ‘인맥’이 ‘꽌시’와 관련이 있는데요, 중국 사회를 이해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특징으로 꼽히는 꽌시는 외국인에게는 쉽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뭔가 정상적인 루트가 아닌, 비공식적으로 일을 해결하려는 느낌도 있어 불편하게 느끼는 분들도 있습니다.

꽌시(关系)는 우리말 발음으로 하면 관계(關系)로 원래 단어 상의 의미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 관계(Relationship)가 맞습니다. 하지만 중국에서 일반적으로 꽌시라고 하면 보통 우리 의미로 인맥 또는 빽 과 같은 의미라고 생각하시면 되는데요, 실제로는 삼국지와 같은 중국 소설에서 자주 나오는 의(義)의 다른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받은 게 있으면 갚아야 하고, 한번 자신에게 은혜를 베풀어 준 사람에게는 공과 사를 불문하고 끝까지 갚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런 것은 본인의 체면에 관계된 것이며, 이런 일을 무시하면 체면이 손상된다고 여깁니다.

이 부분에서 단순한 대인 관계와는 차이점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꽌시는 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도움을 주고 받는 노력이 필요하며, 그러한 노력으로 이루어진 관계가 중국 사회를 지탱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와서는 이런 봉건사회의 미덕이 연고주의로 변질되어 부패의 온상이 되기도 했기 때문에 부정적인 어감이 더해지고 있는데요, 그래도 아직 까지 중국을 이해하는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하고 실제로도 현재 중국 사회에 통용되는 관습 중 하나이기 때문에 중국에서 사업을 하거나 중국 사람과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 분들의 경우는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 꽌시에도 단계가 있습니다. 친구라고 불러도 호칭이 살짝 다른데 이에 따라 느끼는 친밀감이 다르다고 하네요. 

이 부분은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을 거 같은데요, 다만 단계를 이렇게 명시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을 뿐이지요.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1단계 : 신펑요우(新朋友)

신펑요우는 남, 심지어 적과도 별로 다를 바가 없는 단계로서 단순히 새로 알게 된 사람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그냥 지나가다 이름만 알고 얼굴만 안 사람들도 친구라 부르는 것이라 보면 될 거 같습니다.

심지어는 경쟁자나 적으로 출발할 게 뻔해도 처음 알면 신펑요우라고 합니다.

2단계 : 하오펑요우(好朋友)

신펑요우에서 조금 더 진전되어 주고 받는 우호적인 단계에 이른 친구를 말합니다.

우리나라와 비교해보면 친한 친구? 같이 대화도 나누고 개인적인 일상도 조금 공유하는 정도의 친구라 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3단계 : 라오펑요우(老朋友)

친구 관계의 정점으로 자신의 주변 사람들까지 소개 시키고 하는 단계로서 여간한 물건을 허락 받지 않고 써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등, 일반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마지막 단계입니다.

정치인들이나 기업가들 사이에서 꽌시를 맺었다고 하면 최소한 이 수준의 관계를 유지했다고 볼 수 있죠.

4단계 : 슝띠(兄弟)

최종적인 단계는 슝띠(兄弟) 즉, 형제 관계라고 얘기 할 수 있을 정도의 단계로서, 친구를 넘어서 가족, 한 몸처럼 여기는 단계입니다. 당연히 서로 한 몸이나 다름이 없으니 사기나 배신 등은 이 단계에서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약간 더 나아가면 깐슝띠(干兄弟) 라고 해서, 아예 서로 가족을 책임지겠다고 하거나 서로의 가족끼리 가족을 맺기도 한다네요.

이상으로 꽌시의 뜻과 단계에 대해 간단히 살펴봤습니다.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특히 대관업무(정부 등 관공서를 상대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라면 관련한 고위급 간부와 꽌시를 맺는 것이 일을 성사 시키기 위한 방법이며, 또 그 사람의 능력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내가 누구와 꽌시가 있는 지가 사회적으로 나의 지위를 나타내주는 지표가 되기도 하고, 또 어떤 일들은 그렇게 해야만 풀리기도 하기 때문이지요. 요즘은 그 비리와 같은 부정적인 영향도 좀 부각이 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중국 사회에서 무시 못할 관습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참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이게 그냥 뇌물처럼 물량 공세 한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친구의 친구의 친구의 친구와 맺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중국 문화를 잘 알고, 진심으로 사람을 대할 줄 아는 분들이 잘 하시는 거 같습니다.

사실, 한국이나 중국이나 사람 관계는 쉽지 않습니다. 어설프게 꽌시 맺겠다고 나서기 보다는 진정으로 사람을 대하고 좋은 관계를 이어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길 것입니다.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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