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김치가 국제 표준이 됐다고?? 파오차이는 김치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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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량선생

아침부터 어이없는 기사를 보게 되었네요…

중국 김치(파오차이)가 국제표준(ISO) 인증을 받았다는 소식입니다.

중국 환구시보에 따르면, 중국은 국내 김치 산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쓰촨성 메이산시의 주도로, 지난 2017년 4월 김치 산업의 국제 표준 제정 작업 추진에 나섰는데요, 2019년 3월엔 중국과 터키, 세르비아, 인도, 이란 등 5개 회원국 전문가가 참여하는 김치 국제 표준 항목을 안건으로 채택했고, 3개월 후인 6월엔 ISO 식품제품기술위원회의 과일과 채소 및 파생 제품 분과 위원회에서 투표를 통해 정식 안건이 됐다고 합니다.

파오차이 관련 뉴스기사
<기사 제목 : 중국 주도로 김치 산업 국제 표준 제정, 한국 언론 폭발 “우리의 굴욕”>

그리고 마침내 지난 24일 이 국제 표준이 ISO에서 2개월에 걸친 투표 끝에 최종적으로 인가를 얻었다고 하네요.

환구시보는 “이것이 가지는 의미는 중국의 김치 산업이 국제 김치 시장에서의 기준이 된 것”이고, 또 “중국의 김치 산업에 대한 기술 표준이 세계적인 인정을 받은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파오차이 표준 담당자들


중국 김치가 ISO 표준이 된다는 의미는, 향후 국제적으로 김치 생산 및 판매 시 ISO 인증 마크 등을 붙이려면 중국이 만든 표준을 따라야 한다는 의미일텐데요, 실제 구속력이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2012년, 중국 정부는 한국산 김치에 대해 자국의 가열 처리 절임 채소인 파오차이(泡菜) 위생 기준을 적용해 김치 100g당 30마리 이상의 대장균 군(群)이 검출된다며 수입을 막았습니다. 

그런데 중국이 내세우는 대장균 군은 병원성 세균이 아닐 뿐더러 미국·일본·홍콩 등 다수 국가도 대장균 군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있으며, 더구나 김치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기준에 의거해 병원성 세균 등에 대한 엄격한 품질 관리를 받고 있어 안전한 상황이었는데요,

여튼 발효 식품인 김치는 중국이 일방적으로 바꾼 기준에 부합을 못하여 수출을 하지 못했고, 그 사이 저가의 중국 김치가 국내로 대량 수입되게 되어 현재는 중국과의 김치 무역에서 우리는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입니다.

김치 수출입 금액과 무역수지


김장을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김치를 만드는 데는 많은 재료가 필요하고 (배추, 고춧가루, 생강, 무, 파 등등….) 그 만큼 손도 많이 가는 작업이라 이제는 일반 가정에서 김장하는 모습은 많이 사라지고 마트에서 사다 먹는 가정이 늘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좀 더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는 중국으로 계속 Outsourcing 한 결과가 이렇게 나타난 게 아닌가 싶습니다.


현재 김치를 중국어로 번역할 때 파오차이(泡菜 pàocài) 라고 하고 있습니다.

사실 ‘파오차이’라는 말은 절인 채소를 통칭하는 말인데요, 아마 처음 중국인들이 김치를 접했을 때 제일 적당한 단어로 파오차이를 택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위키-김치
위키-파오차이
<위키피디아에서 설명하는 Kimchi와 Paocai>


이런 이유로 이번에 ISO에 등재된 표준은 파오차이에 대한 표준으로, 우리 김치(Kimchi)의 표준은 아니라고 하는 시각도 있는데요, 음…. 이 부분은 살펴봐야 할 거 같네요. (저도 이쪽 전문가가 아니라서… ^^;;;;)

현재 ISO 사이트에 접속해서 들어가 보면 파오차이(paocai)에 대한 표준이 Under Development로 진행 중임을 알 수 있습니다.

ISO 파오차이 문서
<ISO 사이트에서 찾아본 Paocai에 대한 표준 진행 상황>

[2020.11.30 Update]

좀 전에 뉴스를 보니 관련 기관의 발표가 있었네요.

중국 쓰촨 염장 발효 채소 파오차이와 관련된 것“, “ISO 문서에 김치 적용되지 않는다는 내용 명시

이렇게 공식적으로 명시되어 있다면 다행입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김치에 대한 중국어 표기도 바뀔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치를 ‘파오차이(paocai)’로 번역하는 관례가 어디서 어떻게 처음 시작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서로 간의 오해를 방지하고 전 세계적으로도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정의부터 다시 내려야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해서 근래에는 김치를 중국어로 표기 시에, 김치라는 발음과 가장 가까운 음을 내는 한자로 표기하자는 의견이 많습니다. (코카콜라를 ‘可口可乐(kekoukele)로 부르는 것 처럼)

저도 이게 맞다고 생각이 되네요. 현재 논의 되고 있는 여러가지 제안들이 있는데, 일례로 매운 김치라는 의미로 ‘신치'(辛奇)라는 표기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김치를 김치라고 부르는 게 가장 좋겠지만, 이렇게 발음이 비슷하면서도 의미도 전달할 수 있는 새로운 단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기존의 파오차이라는 개념과 분리하는 게 가장 필요한 부분이니까요.

김치


근래 모든 산업이 그런 거 같습니다.

자국의 인건비나 재료비 등이 비싸서 원가 절감을 위해 생산 기지를 중국으로 이전하고 나면 처음 중국 제품의 품질은 그다지 좋지 않으나 싼 맛에 쓰게 되는데, 시간을 두고 계속 생산하다 보면 중국도 노하우가 생기고 품질이 올라가게 되어 마침내 역전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거 같네요.

우리가 ‘종주국’ 이라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에서 역전 당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계로 삼아야 할 거 같습니다.

얼마 전 한복이 중국에서 왔다느니, 고구려가 중국 역사라느니, 심지어 손흥민도 중국인의 피가 흐른다느니… 이런 뭐 말 같지도 않은 얘기들이 들리는데요, 우리도 우리 것을 제대로 지키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당연한 줄 알았던 게 당연하지 않게 되는 황당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하겠습니다.

(파오차이 이것도 동북공정의 일환인건가… 이제 태권도도 쿵푸에서 나왔다 하겠지…. ㅎ)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