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우리는 당연히 ‘빼빼로데이’가 떠오르겠죠. 11월 11일이 막대기 모양이라 이 날만 되면 서로 빼빼로를 선물하곤 하는데요, 사실 뻬뻬로 데이는 제과회사가 만든 상술이긴 합니다.
중국에도 이와 비슷하게 11월 11일을 기념하는 날이 있는데요, 바로 광군제(光棍節) 입니다.
많이 들어보셨을 거 같은데요, 광군제는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라고 할 수 있는 날입니다. 온라인 쇼핑몰의 한 해 매출이 이 날 거의 집중되어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얼마 전 알리바바에서 광군제 매출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걸 봤는데… 거의 초 단위로 몇 억씩… ㅎㄷㄷ)
오늘은 이 광군제의 유래와, 어떤 날인지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광군제(光棍節)의 어원과 유래
광군제(光棍節)는 한자를 중국식 발음으로 읽은 것으로, 우리말 발음대로 읽으면 ‘광곤절’ 이 됩니다.
여기서 ‘곤(棍)’은 나무 막대기를 뜻하는 글자로(쌍절곤 할때 그 ‘곤’입니다) 그 모양새로 보면 혼자 꿋꿋이 서 있으니 ‘솔로’라는 의미로도 해석이 되어 11월 11일 광군제는 ‘빛나는 솔로데이’ 의 의미가 된 것입니다.
그래서 이 날은 원래 연인이 없는 싱글들을 위로하는 날로, 이 날 만큼은 연인들도 신체 접촉 등 소위 염장질을 자제하고 연인 없는 이들을 배려한다고 하네요 ㅎㅎ.
날짜의 유래는 빼빼로데이와 비슷하지만, 연인들의 날인 빼빼로데이와 달리 광군제의 취지는 우리나라에서의 ‘블랙 데이’와 동일하며(솔로 위로일), 여기에 알리바바 등 중국 기업들이 편승하며 오늘날엔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에 버금가는(또는 이를 능가하는) 대규모 소매 할인일로 변모되었습니다.
그리고 광군제는 또 다른 말로 쐉쓰이 ( 双十一, 쌍11) 라고 말하는 경우도 많은데요, 사실 ‘광군(光棍)’ 이라는 단어를 중국어 사전에서 찾아보면 ‘무뢰한. 악당. 부랑자’ 등 그다지 좋지 의미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부른다고도 하네요.
2. 광군제의 역사
광군제의 역사는 1990년대 난징대학교에서 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원래는 여자친구가 없는 싱글 남학생들이 모여 술 마시고 노는 날이었는데 이런 풍습이 점점 다른 대학에 까지 확산되면서 20대 전반에 퍼졌다고 하네요. 그리고 이 날 서로 선물을 교환하는 풍습도 있었는데 이 문화가 점점 발전하여 지금의 온라인 쇼핑 할인까지 가게 된 것입니다.
오늘날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의 면모를 갖추게 된 계기는 2009년 타오바오에서 세일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데이 마케팅으로 변모하게 되었습니다.
2010년대 들어서 백화점이나 특히 텐센트, 바이두같은 중국 포털, 타오바오와 같은 온라인 쇼핑몰들이 상업 마케팅으로 이용하면서 중국 전체에 퍼졌고, 중국 경제의 규모가 커지자 블랙프라이데이와 어깨를 겨루는 세계적인 쇼핑데이가 되었습니다.
2013년 타오바오의 광군제 이벤트 동안의 하루 매출은 58억달러에 불과했으나, 2014년에는 98억, 2015년에는 143억달러, 2016년에는 178억, 2017년에는 254억 달러를 달성하는 등 가파르게 쇼핑데이로 성장하고 있고, 그리하여 현재는 온라인 오프라인을 모두 아우르는 중국의 최대 할인행사일로 자리잡았습니다.
원래는 온라인 중심의 행사였지만 백화점과 마트 등 각종 오프라인 상점들도 이날에 맞춰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실시하게 되어 더 큰 행사가 된 것이죠. 총 거래액은 이미 미국의 원조 블랙프라이데이의 총 거래액의 3배를 넘어서 원조보다 더 성공한 중국 행사가 되었습니다.
2018년 광군제 이벤트 중 티몰의 매출은 2,135억 위안으로, (약 318억 달러/35조3684억원)에 달합니다. 타오바오측은 서버다운과 배달지연을 방지하기 위해서 서버를 확충하고,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배송망을 정비하는 등 행사 자체가 워낙 핫하다보니 사전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참고로, 당시 이 이벤트의 기획자는 장융이라는 사람인데, 현재는 마윈의 뒤를 이어 알리바바의 회장이 되었습니다.
3. ‘티몰(天猫)’과 ‘징동(京东)’
광군제 행사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쇼핑 플랫폼은 단연 ‘티몰(天猫)’과 ‘징동(京东)’ 입니다.
이 두 플랫폼을 통해서 거래되는 매출만 해도 전체 광군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래서인지 매년 이 두 플랫폼의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티몰의 마스코트가 고양이인데, 후발주자인 징동이 티몰을 따라잡기 위해 마스코트를 강아지로 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ㅎㅎㅎ)
올해는 여기에 더하여 핀둬둬나 틱톡의 더우인 같은 업체들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4파전의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원래 광군제는 앞서 설명 드린 바와 같이 11월 11일 하루 동안 이루어지는 행사인데요, 올해부터 징동은 10월 23일부터 사전 판매에 들어갔고, 티몰은 24일부터 사전 판매를 시작하는 등 미리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올해 판매 실적을 보면, 지난달 24일 사전 판매 첫날 티몰의 경우, DTC 플랫폼에서는 오픈 첫 1시간 7만1,900개 브랜드의 총 거래액 실적이 지난해 10월 31일 실적을 초과한 것으로 발표되었고, 징동의 경우는 23일 첫날 럭셔리 부문의 루이비통, 구찌, 디올 판매가 지난해보다 3배 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물류 대란을 막아 더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창출하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좀 더 여유 있게 쇼핑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거 같네요.
4. 마치며…
11월 11일 광군제 행사를 보시면 거의 무슨 스포츠 중계를 보는 듯 합니다.
시작과 동시에 매출 수치가 쭉~ 올라가고, 몇 억 돌파, 심지어 몇 조 돌파 등…. 보면서 입을 못 다물 정도로 엄청난 물량의 구매가 일어나죠. (100미터 달리기 초 재는 거 같은… ㅎㅎ)
혹시 중국의 가성비 제품들 중 눈독 들여 놓던 것들이 있으면 이 기회를 이용해 보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저도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빔 프로젝터랑 온풍기 하나 살까 하고 있었는데 한번 들어가 봐야겠군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