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렴주구(苛斂誅求) : 가혹하게 세금을 거두고, 재물을 억지로 빼앗는다

요즘 뉴스를 보면 연일 세금 관련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월급은 늘지 않는데 곳곳에서 세금 올라가는 소리만 들리네요. ㅠㅠ
세금이란 게 우리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고, 올바르게 걷어서 좋은 일에 쓰일 거라고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나갈 돈이 점점 커진다는 생각에 한숨만 나오기 시작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가혹한 세금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백성들을 고통스럽게 했고, 심지어는 견디기 힘든 폭정에 민중 봉기가 일어나 왕조가 무너지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백성들에게 있어서 먹고 사는 문제는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지요.
오늘은 이와 같은 탐관오리의 폭정에 대한 고사성어인 ‘가렴주구’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자와 발음
苛 | kē | 가혹할 가 |
斂 | liǎn | 거둘 렴 |
誅 | zhū | 벨 주 |
求 | qiú | 구할 구 |
의미와 유래
가렴주구(苛斂誅求)라는 말의 뜻은 ‘가혹하게 (세금을) 거두고, (백성들을) 베고 (재물)을 구해간다.’ 입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백성들의 재물을 억지로 빼앗는다는 뜻이지요.
다른 성어들과 달리 이 ‘가렴주구’라는 말은 하나의 고사에서 나온 말이 아니라, 두 가지 이야기가 합쳐진 말인데요,
‘가렴’ 이라는 말은 《구당서(舊唐書)》 <목종기(穆宗紀)> 에 실려있는 이야기로, 당나라 재상이었던 황보박(皇甫鎛)이 백성들로부터 무리하게 세금을 거둬 결국 재상에서 물러나게 되었다는 이야기에서 나온 말이고,
‘주구’ 라는 말은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양공(襄公)31년> 에 실려있는 이야기로, 작은 나라이기에 시도 때도 없이 가혹한 공물(貢物)을 바쳐야 한다는 이야기에서 나온 말입니다.
결국 이 두 가지 이야기는 모두 강한 자에게 모든 것을 빼앗길 수 밖에 없었던 백성들의 고단한 삶을 나타내는 말로 중국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자주 사용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중국어 활용 예문
‘苛斂誅求’는 중국 고사성어이지만 현재는 주로 역사적 맥락이나 문학 작품에서 사용되며, 현대 일상 생활에서는 그리 흔히 쓰이지 않습니다. 다만, 비유적으로 가혹한 착취나 부당한 요구를 묘사할 때 사용될 수는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그 회사는 직원들에게 苛斂誅求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와 같이 비유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이는 비교적 드문 경우이고, 현대 중국어에서는 비슷한 의미로 ‘橫征暴斂’ (héng zhēng bào liǎn) 라는 말을 더 많이 쓰고 있습니다.
이 성어 또한 ‘가혹하게 세금을 거두다’ 또는 ‘무리하게 착취하다’ 라는 의미로, 부당하게 강요하거나 과도한 요구를 하는 상황을 비유적으로 표현할 때 쓰입니다.
몇 가지 예문을 살펴보면,
“古代有些暴君橫征暴斂,導致民不聊生。”
(고대에는 어떤 폭군들이 가혹하게 세금을 거두어 백성들이 살기 어려웠다.)
“某些地方政府橫征暴斂,讓企業難以生存。”
(어떤 지방 정부는 가혹하게 세금을 거두어 기업들이 생존하기 어렵다.)
“資本家橫征暴斂,工人的勞動成果被無情剝奪。”
(자본가들이 가혹하게 착취해 노동자들의 노동 성과가 무자비하게 빼앗겼다.)
“那個政權橫征暴斂,百姓生活在水深火熱之中。”
(그 정권은 가혹하게 세금을 거두어 백성들이 극심한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
“房東橫征暴斂,房租高得讓人無法承受。”
(집주인이 무리하게 임대료를 요구해, 월세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다.)
참고로, 일상 대화에서는 더 간단하고 직관적인 표현들(예: “剝削”, “壓榨”)을 더 많이 쓰는 경향이 있습니다.
剝削 (bō xuē)
‘착취하다’ 라는 뜻으로, 경제적·사회적 불평등 상황에서 자주 사용됩니다.
예: “老闆剝削員工,工資低得可憐。” (사장이 직원을 착취해 월급이 매우 낮다.)
壓榨 (yā zhà)
‘압박해서 짜내다’ 라는 의미로, 무리하게 요구하거나 착취하는 상황을 표현할 때 씁니다.
예: “公司壓榨員工的勞動力。” (회사가 직원의 노동력을 착취한다.)
이러한 표현들이 현대 사회에서는 더 흔히 사용되며, ‘苛斂誅求’보다 더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쉽습니다.
원문 및 해석
《구당서》 <목종기> (舊唐書 穆宗紀)
憲宗用兵, 擢皇甫鎛為相. 苛斂剝下, 人皆咎之, 以至譴逐
당나라 헌종(憲宗)은 나라 재정이 궁핍하여 황보박(皇甫鎛)을 재상으로 발탁하여 정책을 펼치도록 하였다. 그런데 그가 백성들로부터 조세를 가혹하게 거두어 사람들의 원성이 자자해졌고 결국 재상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였다.
《춘추좌씨전》 <양공> (春秋左氏傳 襄公)
以敝邑褊小, 介於大國. 誅求無時, 是以不敢寧居
우리나라는 아주 작은 나라로서 크고 강한 나라들 사이에 끼어 있다. 따라서 그 대국들에게 시도 때도 없이 가혹한 공물(貢物)을 바쳐야 하기 때문에 감히 편하게 지낼 날이 없었다.
[참고] 구당서(舊唐書)와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은 어떤 책인가?
구당서(舊唐書)는 당나라(唐)의 정사(正史)로 이십사사(二十四史) 가운데 하나이다. 940년에 편찬을 시작해 945년에 완성되었다. 당 고조의 건국부터 나라가 멸망까지에 21명의 황제(皇帝)가 통치한 290년 동안의 당나라 역사의 기록으로 당대 원사료의 문장이 그대로 남아 있어 사료적 가치가 있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은 공자가 편찬한 것으로 전해지는 역사서인 《춘추》의 대표적인 주석서 중 하나로, 기원전 700년경부터 약 250년간의 역사가 쓰여져 있다. 또 다른 명칭으로는 좌전(左傳), 좌씨전(左氏傳), 좌씨춘추(左氏春秋)라고도 한다. 《춘추좌씨전》은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상세하게 《춘추》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어서 현재 춘추시대를 이해하는 중요한 자료로 알려져 있다. 특히, 당시의 전투에 대한 기록이 상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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