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인터넷 뉴스를 보다가 블랙핑크가 에버랜드에서 아기 판다를 맨손으로 만져서 문제가 되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요, 처음 기사 제목만 보고는
‘아… 아기 판다니까 맨손으로 만지면 안되나 보다… 잘은 모르겠지만 아기니까 병원균 같은 것에도 취약 테니…’
정도로 생각했는데요, 이게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나 봅니다. 이번에도 중국에서 난리가 났네요. 블랙핑크 불매운동 얘기도 나오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그리고 이와 관련된 중국의 ‘판다 외교‘에 대해서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논란의 시작
사건의 발단은 지난 4일 블랙핑크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으로, ’24/365 with BLACKPINK‘라는 이름의 유튜브 웹 예능인데 문제의 영상은 7일자 방송의 예고편이었습니다.
이 영상에서 보면 블랙핑크 맴버들이 사육사와 함께 판다를 만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때 블핑 맴버들이 장갑을 끼지 않고 맨 손으로, 그것도 화장한 상태로 아기 판다를 만지고 있어 중국 네티즌들이 격분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하지만 영상을 자세히 보면 멤버들 모두 파란색 위생복을 입고 장갑을 착용하고 있으며, 위생 수칙도 준수하며 촬영했다고 합니다.
사진 상으로 보면 장갑을 끼지 않은 건 사육사일 가능성이 높은데… 뭐 이 부분은 사육사 쪽과 확인을 해봐야겠지요… 아무튼 전후 사정을 살펴보면 이번에도 너무 민감하게 반응 하는 게 아닌가 싶어 좀 더 조사해 보았습니다.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시보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5일 자 기사에서,
“한국 걸그룹 블랙핑크가 희귀 동물인 판다의 건강에 위험을 끼칠 수 있는 화장한 차림으로 아기 판다를 만지는 영상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등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라고 보도하였고, 중국 네티즌들이 이에 흥분하며 난리가 난 상황입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는 지난달 6·25 당시 한·미가 함께 고난을 겪었다는 한국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탄(BTS)의 수상 소감 발언이 “중국을 모욕했다”는 중국 네티즌의 주장을 처음 보도해 논란을 일으켰던 매체들인데요, 이번에도 비슷한 논리로 중국을 모독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항상 이런 패턴인 듯 싶네요. 관영 매체가 자극적인 제목으로 한국 때리기 기사를 올리면 네티즌들이 흥분하여 난리가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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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발언의 중심에는 ‘판다는 중국의 국보(國寶)’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즉, ‘중국의 국보인 판다를 감히 맨손으로 만져? 이것은 중국에 대한 모욕’… 이와 같은 논리인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사람들이 판다를 좋아하고 중국 청두에는 어마무시한 규모의 판다 사육기지가 있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판다가 국보? 라는게 사실인지 궁금하더군요.
동물을 국보라고 하는 것도 그렇지만 그런 국보가 외국에 있다는 것도 이상한 거 같고… 중국에는 ‘판다 외교’라는 것이 있는데 아마 이 부분과 관련이 있을 것입니다. 오늘은 ‘판다 외교’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판다 외교
중국은 자국에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국가에 자국 국보급 동물인 판다를 증정하는 판다 외교를 행하고 있다. 이 판다 외교는 중 · 일 전쟁이 한창이던 1941년 국민당의 장제스(蔣介石) 총통이 중국을 지원해준 미국에 감사의 표시로 한 쌍을 보낸 이후부터 시작됐다. 마오쩌둥 시절에는 우호국인 소련과 북한에 판다를 기증했다가, 소련과의 대립이 심화되자 영국, 서독 등 서방 국가들과의 외교 관계 수립에 판다를 이용했다. 특히 1972년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의 역사적인 중국 방문 때 선물로 기증한 판다 2마리의 경우 미국에서 큰 인기를 모았다.
그러다 1983년 워싱턴 조약 발효로 희귀 동물을 다른 나라에 팔거나 기증할 수 없게 되고 나서는 돈을 받고 장기 임대 해 주는 형식으로 판다 외교를 진행하고 있다. 2013년 현재까지 40~50마리의 판다가 해외 각국에 분양 됐으며 미국에 15마리의 판다에 보내져 가장 많은 판다 외교가 행해졌으며, 일본에는 8마리가 분양 돼 두 번째로 많은 판다가 보내졌다.
이처럼 중국이 판다를 외교에 활용하는 것은 판다가 중국에서만 생식 하는 희귀 동물이기 때문으로 현재 판다는 중국에 약 1,600마리 정도 서식하는 것이 전부다. 또 판다는 귀엽고 친근한 이미지로 인기가 매우 높다.
한편 영미권에선 판다에 비유해 친중파(親中派)를 「panda hugger(판다를 포옹하는 사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From. 네이버 지식백과)
정리하면 중국과 교류하는 국가와의 우호 차원에서 판다를 일종의 평화 사절과 같은 상징물로 보내 친근한 이미지를 더욱 강화 시키는 데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판다가 중국에만 서식하기에 다른 나라에서는 실물로 접할 수 없으니 그 취지는 양국에 다 도움이 되는 참으로 바람직한 것이라 생각 되는데요,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단순한 선물로만 보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1) 판다는 ‘기증’이 아닌 ‘유상 대여’ 형태로 보내집니다.
따라서 판다에 대한 소유권은 중국에 있고, 대여 기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대체로 10년, 그 후에 다시 연장하는 방식) 또한 판다가 아기를 낳게 되면 그 아기 판다도 중국의 소유로 되어 중국으로 보내야 합니다.
2) 판다를 키우는데 드는 비용이 적지 않습니다.
판다는 ‘유상 대여’ 이기에 임대료가 있는데, 판다 한 쌍의 공식 임대료는 일 년에 약 100만 달러 (한화 약 11억 원) 정도라고 합니다. 거기에 초기 판다 전용 축사를 세우고, 사육사도 중국인 사육사를 고용해야 하는데 이런 초기 비용만 해도 100억 원이 넘는다고 하네요.
또한 판다는 신선한 대나무 죽순만 먹고 살기 때문에 주로 중국에서 수입해 들어와야 한다고 하는데 (요즘은 우리나라 대나무를 공급한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이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합니다.
3) 판다를 거절하거나 돌려보내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렇게 소유권도 갖지 못하는 동물을 선물(정확히는 대여) 받아 막대한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게 부담이 된다고 거절하거나 다시 돌려보내는 것은 외교적인 문제와도 관련 될 수 있어 쉽지는 않을 거 같습니다.
조사해보니 1998년 IMF 시절에는 경제 상황이 너무 어려워져서 돌려보낸 사례가 있었던 거 같긴 한데 (후에 2016년 다시 두 마리를 받음) 이런 특이한 상황이 아니면 쉽지 않겠지요.
마치며…
이번 일이 동물을 아끼는 마음에서 위생 수칙을 지키며 촬영하였으면 좋겠다 하는 정도로 얘기가 된거면 납득이 갈 만 합니다. 특히나 판다는 멸종 위기종인 만큼 더욱더 각별히 키워야 하는 상황인지라 당연히 문제 제기 할 수 있는 부분이구요. 하지만 중국을 무시했다느니, 국보를 함부로 대했다느니, 불매운동을 하겠다느니 하는건 지나친 행동이라고 생각되네요.
그냥 일반인의 눈으로 보기에는 이럴거면 그냥 중국으로 반환하면 좋겠는데 (요즘 유튜브로도 판다 잘 볼수 있는데…) 나라간의 일이라 쉽지 않은 부분이 있을 거라 생각은 됩니다.
모쪼록 원만히 마무리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