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다그룹은 중국 선전시에 본사를 두고 있는 중국 최대 규모의 부동산 건설사 입니다.
영어로는 Evergrande라 하는데, 한자 이름을 보면 ‘항상(恒) 크다(大)’는 뜻이라서 단어 그대로 영어로 바꾼 것이라 보면 되겠습니다.
2021년 현재 기준으로 중국 건설사 중 완커(万科)에 이어 자산규모 2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포춘의 글로벌 500대 기업 리스트 중 122위를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엄청난 규모의 회사입니다.
헝다그룹은 비구이위안(碧桂园), 완커(万科)와 함께 중국 3대 부동산 건설사로 불리고 있으나, 그 동안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다 자금난에 빠져 도산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입니다.
창업자 쉬자인은 2017년 알리바바 마윈과 텐센트 마화텅을 제치고 처음으로 중국 최고 부자에 오르기도 했었는데요, 하지만 현재 그의 자산 역시 2017년 430억 달러에서 90억 달러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중국 경제는 부동산 건설 개발로 자산이 상당히 뻥튀기 되어왔는데, 이 중심에서 돈을 벌어들이며 성공 신화를 이뤄낸 그룹이 바로 헝다그룹이기 때문에 만약 실제로 파산하게 된다면 그 후 연쇄적인 경제 파동은 짐작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헝다그룹의 부채 상황
중국 부동산 재벌인 헝다그룹(Evergrande)의 파산설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부채 규모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입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자산 시장 거품을 억제하기 위해 돈줄을 막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의 연쇄 부도로 이어질 경우 중국 경제 전반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1) 무분별한 사업 확장
헝다그룹은 본래 부동산 개발 업체지만 문어발 식으로 사업을 확장해 왔습니다.
한국 축구 팬에게도 많이 알려진 중국 최고 명문 구단 광저우 헝다를 운영해왔으며, 2019년에는 전기차 시장에도 뛰어들어 20억 달러(약 2조 2300억 원)의 자본금으로 광저우에 헝다신에너지자동차를 설립했습니다.
그룹의 사업 가운데는 2014년 전지현과 김수현이 광고에 출연했던 헝다빙촨 생수도 있습니다. 생수 외에도 식용유, 분유까지 생산하고 있고, 또 테마파크, 관광, 헬스케어 등으로도 사업을 확대했습니다.
2) 천문학적 부채 규모
현재 헝다그룹의 총 부채는 1조 9500억 위안(약 350조 원)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350조 원이 어느 정도인지 감이 잘 안 잡히는데요, 현재 우리나라 1년 총 예산이 600조 정도라고 하니, 우리나라 1년 예산의 절반 보다 큰 규모이고, 단일 기업 부채 규모로는 세계적으로도 1위라고 합니다.
헝다그룹은 차입에 의존해 부동산 사업을 벌여왔으며, 앞에서 말씀드렸 듯이 최근 몇 년에는 인수합병과 대규모 신사업 투자까지 하면서 부채를 산더미 같이 쌓아왔습니다.
게다가 금융 리스크를 줄이고 주택 가격을 안정 시키기 위한 중국 당국의 각종 조치에 역풍을 강하게 맞았습니다. 특히 작년 말 당국이 부동산 개발 업체들이 은행에서 자금을 추가로 조달하는 것을 차단하는 ‘3대 마지노선’을 도입하자 부동산 개발 업체들의 자금 줄이 급속히 차단되었습니다.
헝다그룹의 현재 상황
1) 투자자 패닉 상황
지난 12일부터 연일 중국 선전에 있는 그룹 본사에는 투자자들이 몰려들어 돈을 돌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이처럼 안달이 난 것은 최근 인터넷에서 헝다그룹의 파산설이 급속히 퍼졌기 때문인데요, 헝다그룹은 150만 명 넘는 주택 구입자로 부터 아직 완공되지 않은 주택의 계약금을 받았는데 이들은 계약금도 돌려받지 못할 까봐 우려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헝다그룹은 지난 13일 밤 낸 성명에서 최근 인터넷에서 퍼진 자사의 파산설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면서도 “회사가 현재 확실히 전례 없는 어려움에 닥쳤다”고 시인했습니다.
또한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 도시농촌건설부가 이번 주 주요 은행들과의 회의에서 헝다그룹이 오는 20일 예정인 은행 대출 이자 지급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통보했다고 중국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는데요, 블룸버그 보도 후 헝다그룹의 주가는 5.4% 하락해 2014년 1월 이후 최저로 떨어졌습니다.
2) 부동산 처분 시작
그리고 18일, 헝다그룹이 판매가 기준 최고 절반 이상 할인된 가격에 부동산 처분을 진행할 거라는 ‘실물 자산 상환’을 긴급 공지했습니다.
18일 저녁 긴급 안내를 통해 헝다 자산 판매 금융 상품의 상환을 위한 실물 자산 상환 옵션을 시작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 5년 간 400억 위안(약 7조2,000억 원)의 금융 상품을 판매한 헝다 자산 관리는 투자금 상환이 어려워지자 지난 13일 분할 지급안을 내놨는데요, 3가지 지급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 3개월에 10% 씩 3년에 걸쳐 돌려받는 ‘현금 할부’
- 아파트·오피스텔·상가를 최대 50% 할인된 가격에 구입하는 ‘실물 자산 상환’
- 이미 구입한 부동산 가격 중 잔금을 내지 않는 ‘주택 구입 대금’
이 중 헝다 그룹은 실물자산 상환을 선택한다고 전격적으로 통지했습니다.
헝다그룹의 금융 상품에 투자한 사람들은 최근 판매가 기준 아파트 28%, 오피스텔 46%, 상가 52%의 할인 된 가격으로 제공 받을 수 있게 되는데요, 이미 파산 소문이 무성한 부동산을 아무리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한다고 해도 수요가 많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헝다그룹은 오는 23일과 29일 각각 8,350만 달러(약 980억 원)와 4,750만 달러(약 560억 원)의 채권 만기를 맞게 됩니다. 이보다 앞선 20일에는 은행의 일부 대출이자도 지급해야 하는 등 디폴트 우려는 계속되고 있어 뭐든 돈이 될 만한 거는 다 팔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헝다그룹의 향후 시나리오
전문가들은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로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1) 부채 재구성 + 채권자 자금 일부 회수
우선 헝다그룹이 부채를 재구성하고 채권자는 자금 일부를 회수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채권 회수율은 5%로 정도로 예측되며, 이는 현재 진행 중인 건설 프로젝트가 완성되고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현 상황을 가장 부드럽게 넘길 수 있는 시나리오로 보입니다.
2) 국유기업 인수
다음은 국유 기업이 헝다그룹을 전체 또는 부분 인수하는 시나리오 입니다.
첸 애널리스트는 시장 상황이 개선되면 헝다그룹이 더 높은 가격에 자산을 매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으며, 이 경우 채권자의 회수율은 30% 정도로 전망했습니다.
3) 기업 청산
최악의 시나리오는 청산입니다.
채권자가 아무 것도 얻지 못하는 시나리오이며, 중국 부동산, 금융 부문은 물론 협력 업체까지 연쇄 충격을 줄 수 있어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마치며…
중국 공산당이 공동 부유를 부르짖고, 내년 시진핑 주석 연임이 이슈로 올라와 있는 상황에서, 경제에 큰 충격을 준다는 것은 공산당 리더쉽에 오점을 남기는 경우가 되어 어떤 방식으로든 기업 청산은 피하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철저한 계획 경제 체제인 중국이 과연 파산하면 어마어마한 파급효과를 불러올 헝다그룹을 가만히 놔두겠냐는 것이지요.
그러나 중국의 부동산, 지방 정부 등의 부채가 위험 수위이기 때문에 중국은 디레버리징을 하고 있는 데다가 이미 정부가 여러 차례 도와준 바가 있어서 이번에도 구제금융을 해 줄지는 미지수입니다.
또한 이번 부동산 관련 규제도 공산당이 내린 정책이라, 이와 상충되는 지원을 하는 것도 쉽지 않고, 또한 부동산 업계 2위도 이 정도로 부실한 상황인데 그 밑의 다른 기업들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을 거라, 이번에 도움을 주게 되면 다른 기업들은 어떻게 지원을 해야 할지도 막막할 수 있습니다.
이래저래 진퇴양난인 거 같은데요, 이번 달에 뭔가 추가적인 조치가 나오지 않으면 헝다그룹은 파산의 길을 걷게 될 거 같습니다.
여기에 직접적으로 투자하신 분들은 거의 없겠지만, 관련해서 우리나라에 영향은 없을지 관련 뉴스들을 계속 모니터링 해 봐야 할 거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