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넷플릭스 통해 방영된 ‘흑백요리사‘ 라는 요리 경연 프로가 있었습니다.
저는 한창 유행하던 시절 다 지나고 얼마 전에 보게 되었는데요, 우리나라에 손 꼽히는 요리사들이 다 나와서 요리로 경연을 하는데 인상 깊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예능은 진짜 잘 만드는 거 같아요. 노래로, 춤으로 경연하는 프로는 많이 봤는데 요리로도 경연을 한다는 게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보다 보니 저기 나온 집 함 가서 먹어봐야겠다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더군요 ㅎ
요리 장르도 구분이 없었는데요, 한식 뿐만 아니라 이탈리안 음식, 일식, 중식 등등 정말 다양한 장르의 요리사들이 나와서 경쟁을 하는데, 중국 요리의 대가들도 있어 저에게는 공부도 되는 그런 프로였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요리들이 기억에 남으셨나요?
저는 흑백요리사에 등장한 수많은 요리들 중, 중식 요리사들이 선보인 ‘동파육‘ 이라는 요리가 인상 깊었습니다.
동파육은 몇 번 보기만 해봤지 저도 실제로 먹어보지는 못했는데요, 보기에 너무 기름져 보여서 좀 부담스러웠는데, 이번에 보니까 꽤 담백하니 맛있어 보이더라고요.
오늘은 이 동파육이라는 요리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여담으로 세상에서 제일 비싼(?) 동파육도 하나 소개 드려 볼께요~
동파육에 대하여
동파육(东坡肉)은 우리에게도 귀에 익숙한 유명한 중국 요리 중 하나로, 부드럽고 풍미가 깊은 돼지고기 요리입니다.
주로 돼지고기 삼겹살이나 오겹살을 가지고 만드는데요, 간단하게 설명하면 돼지고기를 비계와 살코기가 다 같이 붙어있는 채로 정육면체 형태로 큼직하게 잘라서 간장, 설탕, 황주 등을 넣은 소스에 졸여내는 음식입니다.
동파육은 보통 중국 요리 책 같은데 보면 표지에 많이 등장해서 보신 분들은 많으실 거 같은데, 못 보신 분들을 위해 사진 추가해 봅니다.
처음 동파육 사진을 봤을 때 느낌은 ‘와… 이거 엄청 느끼하겠네…’ 하는 생각을 했는데요,
사실 제가 비계 보다는 살코기를 선호하는 쪽이기도 하고, (보쌈도 주문할 때 살코기 Only)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음식에는 돼지 비계가 저 정도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거의 없어 더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요번에 흑백요리사 보고 나서는 요거 한번 집에서 간단하게 한번 만들어 먹어봐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인터넷에 찾아보면 한국 가정에서 비슷하게 해 먹을 수 있도록 간장을 이용한 레시피들도 있으니 한번 도전해 보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동파육의 유래
동파육이라는 이름의 뜻은 무엇일까요?
이 요리의 유래는 중국 송나라 시대의 한 인물과 관련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익숙한 송나라 문인 소동파(苏东坡) 입니다.
이 요리는 소동파가 황주(지금의 후베이성(湖北省) 동부에 있는 황저우)의 한적한 지역에서 유배 생활을 하던 시기에 탄생했다고 전해지는데요,
소동파가 머물던 당시 지역 농민들이 소동파에게 돼지고기와 술을 선물로 가져왔고, 평소에 요리를 좋아하던 소동파는 요걸 어떻게 하면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이를 천천히 소스에 조려 먹었는데, 고기를 간단히 조리 한 후 술과 함께 천천히 끓이는 그의 방식은 풍미가 깊고 부드러워 주변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게 되었습니다.
(뭐 이 외에도 몇 가지 유래에 대한 다른 썰(?)들이 전해지기도 합니다만, 여튼 모든 이야기가 소동파로 귀결된다는 점은 동일합니다)
이후 이 특별한 조리법이 ‘동파육’이라는 이름으로 전해지게 되었다고 하며, 지역마다 조금씩 변형된 스타일로 발전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삼겹살을 정육면체로 썰어 오랜 시간 조리는 방식은 변하지 않아 오늘날까지도 동파육 특유의 맛과 전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요리는 원조가 따로 있는데요,
바로 ‘홍소육(红烧肉)‘이라는 요리입니다.
홍소육도 돼지고기를 소스와 함께 조려내서 만드는 음식이라는 점에서 거의 유사한데, 조금 차이가 있다면 홍소육은 동파육보다 좀 더 작게 썰어낸 고기를 이용하고, 그리고 고기를 조리기 전에 한번 살짝 튀기는 과정 같은 것을 거칩니다.
아마도 소동파가 이 홍소육을 살짝 변형해서 만든 것이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고기도 여러 번 썰지 않고 통째로 넣고, 기름 아끼는 차원에서 튀기는 것도 생략하고 그런 거 아닐까요? ㅎㅎ
세상에서 제일 비싼(?) 동파육
동파육 얘기 하는 김에 세상에서 가장 비싼 동파육도 알려드릴께요~
대만 여행 가 보신 분들은 아실 거 같은데요, 세상에서 가장 비싼 동파육은 대만 고궁박물관에 있습니다.
대만 고궁박물관은 타이베이시에 위치한 박물관으로, 본래는 중국 고궁(자금성)에 있었던 유물들을 국공내전 시기인 1948년 장제스의 명령으로 대부분을 대만으로 실어와 1965년 11월 12일 타이베이에서 재개관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여기에 소장된 유물은 중국 베이징과 난징에서 가져온 약 70만 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는데요, 규모가 워낙 방대하다 보니 소장품은 3개월마다 교체 전시되며, 모든 유물을 관람하려면 약 30년이 걸린다고 하네요.
동파육 얘기 하다가 갑자기 왠 박물관 얘기냐 하실텐데요,
바로 요게 세상에서 가장 비싼 동파육입니다. ㅎㅎ
어떤가요? 동파육처럼 보이시나요?
이 사진은 육형석(肉形石)이라고 불리는 대만 국립고궁박물원이 소장한 대표적인 유물로, 옥을 이용해 동파육을 정교하게 재현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청나라 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벽옥(碧玉)의 자연스러운 색상과 무늬를 활용하여 고기의 질감과 색감을 보시다시피 아주 사실적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실제로 보시면 크기가 손바닥에 올릴 수 있을 정도로 작지만, 돼지고기 껍질의 질감과 땀 구멍까지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어 관람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줍니다.
참고로 이 육형석과 더불어 대만 고궁박물관의 최고 보물 중 하나를 또 소개드리면,
이건 취옥백채(翠玉白菜)라는 작품으로 옥을 이용해 배추를 정교하게 조각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19세기에 제작되었으며, 보시면 배추 잎 위에 메뚜기와 여치가 앉아 있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원래 청나라 광서제의 부인인 근비(瑾妃)가 결혼할 때 가져온 혼수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요렇게 2개 작품이 대만 고궁박물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이고요, 그래서 고궁박물관 소개하는 자료나 포스터에도 자주 등장합니다. 대만 가시게 되면 꼭 한번 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마치며…
오늘은 대표적인 중국 요리 중의 하나인 ‘동파육’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제대로 된 동파육 한번 맛보고 싶은데, 어디가 잘 하는지 인터넷에서 함 찾아봐야겠네요.
흑백요리사에 출연하신 쉐프님들 가게는 엄청 비싸겠지요? 그 때 방송 나오고 나서 가게들 전부 인기가 장난 아닌 거 같던데…
아직 흑백요리사 못 보신 분들은 추천 드립니다~ (식사 시간 피해서 보시길 ㅎ)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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