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시 감상] 혼술족을 위한 시, 월하독작(月下獨酌) – 이백(李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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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량선생

저는 술을 좋아해서 집에서 혼자서도 술을 자주 마시는데요 (자랑은 아닙니다만… ㅎ) 혼자 술 마실때마다 생각나는 시가 있어 한 수 소개 드릴까 합니다.

바로 우리에게 ‘이태백’ 이라는 이름으로 친숙한 이백(李白)의 ‘월하독작(月下獨酌)‘ 이라는 시인데요,

제가 유독 이백의 월하독작을 좋아하는 이유는, 처음 이 시를 접했을 때 시에서 엿보이는 그의 창의적인 발상? 사물을 보는 독특한 시점? 등이 좋았던 거 같습니다. (아 물론 제가 술을 좋아해서 그렇기도 합니다 ㅋㅋㅋ)

자 그럼 어떤 시인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월하독작(月下獨酌) – 이백

花間一壺酒(화간일호주) 꽃 사이에 술 한 병 놓고

獨酌無相親(독작무상친) 벗도 없이 홀로 마신다.

舉杯邀明月(거배요명월) 잔을 들어 밝은 달 맞이하니

對影成三人(대영성삼인) 그림자 비추어 셋이 되었네.

月既不解飮(월기불해음) 달은 본래 술 마실 줄 모르고

影徒隨我身(영도수아신) 그림자는 그저 흉내만 낼 뿐.

暫伴月將影(잠반월장영) 잠시 달과 그림자를 벗하여

行樂須及春(행락수급춘) 봄날을 마음껏 즐겨보노라.

我歌月徘徊(아가월배회) 노래를 부르면 달은 서성이고

我舞影零亂(아무영영란) 춤을 추면 그림자 어지럽구나.

醒時同交歡(성시동교환) 취하기 전엔 함께 즐기지만

醉後各分散(취후각분산) 취한 뒤에는 각기 흩어지리니,

永結無情遊(영결무정유) 정에 얽매이지 않는 사귐 길이 맺어

相期邈雲漢(상기막운한) 아득한 은하에서 다시 만나기를.

(이백(李白)의 월하독작(月下獨酌) 전체 4수 중 제 1수)

시선(詩仙) 이백(李白)에 대하여

시선(詩仙) 이백(李白) 초상화

먼저 이 시의 지은이, 이백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이백(李白)은 우리에게 ‘이태백’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중국 당나라 시대 유명한 시인으로, 두보(杜甫)와 함께 ‘이두(李杜)’로 병칭되는 중국의 대표 시인이며, 시선(詩仙)이라 불리웁니다.

이백은 평생을 정처 없이 떠돌며 자연의 아름다움과 술의 즐거움을 노래한 낭만주의의 화신이었습니다.

유교적 질서나 형식에 얽매이기보다는 거침없는 기상과 천재적인 상상력을 시에 담아냈기에, 사람들은 그가 하늘에서 잠시 내려온 신선 같다 하여 ‘시선(詩仙)’이라는 최고의 찬사를 보냈습니다.

특히 술을 지극히 사랑했던 그는 “술 한 말에 시 백 편을 짓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취기 속에서 예술적 영감을 얻곤 했습니다. 요즘도 노래 할 때 술 한잔 걸치고 하면 Feel이 오르는 그런 느낌? 같은 거라고 보면 되겠지요 ㅎ

훗날 그가 강물에 비친 달을 잡으려다 물에 빠져 생을 마감했다는 유명한 전설(채석강의 전설)은, 비록 사실 여부를 떠나 이백이라는 인물이 가졌던 불꽃 같은 예술가적 기질과 달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애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한마디로 이백에게 시와 술, 그리고 달은 평생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생의 동반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월하독작(月下獨酌)은 어떤 시인가?

월하독작
월하독작(月下獨酌) – 이백(李白)

월하독작(月下獨酌)은「달 아래 홀로 술잔을 기울이며」라는 뜻의 전체 4수로 이루어진 연작시이며, 위에 보여드린 시는 전체 4수 중 제 1수 입니다. (제가 1수를 특히 좋아해서, 1수만 외우고 다니는 지라 ㅎㅎㅎ 다음에 2,3,4수도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한번 찬찬히 읽어보신 후, 눈을 감고 상상해 보셔요~

따뜻한 봄 날, 흐드러지게 핀 꽃들 사이로 혼자 술 한잔 하려니 주위에 아무도 없이 적막할 테지만,
가만 살펴보니 하늘 위에 달이 떠 있어 같이 한잔하자고 부르니 내 잔 속에 내려와 앉고,
보니까 내 옆에 그림자도 있는데, 내가 한잔 마시면 자기도 따라서 한잔하니 외롭지 아니하다는…

이 시의 가장 짜릿한 묘미는 바로 이 ‘대영성삼인(對影成三人)’ 이라는 구절에 있습니다.

객관적인 상황만 놓고 보면, 이백은 꽃밭 사이에서 누구의 말동무도 없이 홀로 술잔을 기울이는 처량한 ‘혼술족’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는 이 지독한 고독의 순간을 우주적인 스케일의 술자리로 탈바꿈 시켜버리는 거죠.

하늘에 떠 있는 밝은 달을 보고 잔을 들어 권하니 내가 있고, 달이 있고, 그리고 달빛에 비친 나의 그림자가 생겨납니다. 이백은 단순히 혼자 취하는 것이 아니라, 달과 그림자를 인격화하여 자신을 포함한 세 명의 연회를 선포합니다. 물론 그는 알고 있습니다. 달은 술을 마실 줄 모르고, 그림자는 그저 내 몸을 따라 움직일 뿐이라는 사실을요.

하지만 여기서 이백의 천재적인 풍류가 빛납니다. “잠시나마 달과 그림자를 붙들고 봄 날의 즐거움을 누리리라”는 그의 선언은, 고독을 피하거나 슬퍼하는 대신 그 외로움에 적극적으로 말을 걸어 예술로 승화 시킨 결과입니다.

결핍을 풍요로 바꾸는 이 상상력이야말로 이백을 단순한 시인이 아닌 ‘시선(詩仙)’으로 만드는 지점입니다.


이백이 홀로 술을 마셔야 했던 이유

중국 쓰촨성(四川省) 멘양(綿陽)에 있는 이백의 조각상

그렇다면 당대 최고의 천재 시인이었던 이백은 왜 그 좋은 봄 날에 홀로 술을 마셔야 했을까요?

여기에는 화려했던 당나라 현종 시대의 이면이 숨어 있습니다.

이백은 황제의 곁에서 재능을 펼치고 싶어 했으나, 정치적 암투와 시기 속에서 결국 주변부로 밀려난 소외된 지식인이었습니다. 세상은 그를 ‘지상으로 유배 온 신선’이라 칭송했지만, 정작 현실의 그는 어디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한 이방인이었죠.

이런 배경을 알고 나면 시의 뒷부분에 나오는 그의 철학이 더욱 깊게 다가옵니다.

“깨어 있을 때는 함께 즐거움을 나누고, 취한 뒤에는 각자 흩어진다.”

(醒時同交歡, 醉後各分散)

이 문장에는 인간관계의 본질적인 허무함과 그것을 긍정하는 달관의 자세가 녹아 있습니다.

이백은 만남의 덧없음을 한탄하기보다, 술에 취해 자아마저 잊어버리는 ‘무아(無我)’의 경지에 이르러 달과 그림자조차 잊고 우주와 하나가 되기를 소망 합니다.

그에게 고독은 사회적 단절이 아니라, 오히려 가식적인 세상을 벗어나 진정한 자유로 나아가는 통로였던 셈입니다.

마치며…

오늘은 봄 밤에 달과 그림자를 벗 삼아 술을 마시는 낭만적인 모습과 함께 지기(知己)를 만나지 못하여 홀로 술을 마실 수밖에 없는 외로움이 깃들어 있는 시, ‘월하독작’을 살펴봤습니다.

오늘 월하독작 1수가 괜찮았다면 나머지 2,3,4수도 준비해서 올려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시는 진짜 혼술 하면서 보시면 남다른 느낌이 옵니다 ㅎㅎㅎ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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