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를 알고 내리는 좋은 비’
여러분 혹시 영화 ‘호우시절’ 보신 적 있으신가요?
요즘 영화는 아니고, 10여 년 전에 개봉한 영화로 정우성과 중국 배우 고원원 주연의 영화인데요, 당시 호우시절 이라는 영화를 봤을 때 첫 느낌은 ‘정우성과 고원원이 참… 잘생기고 이쁘네~’ 하는 생각과, 영화의 배경이 되었던 중국 ‘청두‘라는 도시에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당시에 한창 중국 출장도 다니고 여행도 다니던 때라 정말 관심 있게 봤었는데요, 한동안 잊고 지내다가 나중에 중국 한시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영화 제목인 ‘호우시절’에 담긴 의미를 다시 새겨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영화 제목인 ‘호우시절’이 과연 무슨 뜻일까요?
여기에는 영화의 배경지인 중국 청두와 그와 관련된 유명한 ‘한 인물’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영화 ‘호우시절’에 대하여
영화 ‘호우시절’은 2009년에 개봉한 영화로, 정우성과 중국 배우 고원원이 주연한 한중 합작영화입니다.
당시에도 보면서 마치 중국 청두 관광 홍보 영화인가 싶을 정도로 영화 보는 내내 저기 한번 가 보고 싶네…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생각해보면 제가 청두라는 곳을 가보고 싶다고 생각한 첫 계기가 이 영화였던 거 같네요.
(혹시 예전 영화 중에 장동건과 고소영 주연의 ‘연풍연가‘라는 영화를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그 영화는 보고 나면 제주도에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데, 그 느낌과 비슷합니다. ㅎㅎ)
영화는 주인공인 박동하가 중국 청두로 출장을 가게 되면서 시작되는데요, 거기서 예전 미국 유학 시절 친구였던 메이를 만나게 되고, 지난 추억들을 떠올리면서 다시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영화에서 메이가 일하던 곳이 바로 청두에 있는 ‘두보초당(杜甫草堂)‘ 입니다.
영화에서 흐르는 두보초당의 화면이 너무 한적하고 고요한 느낌을 주었는데요, 두보의 시와 초당은 둘 사이를 연결해 주는 매개체 같은 역할을 하는 거 같습니다.
두보의 ‘춘야희우’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두보의 ‘춘야희우’라는 시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춘야희우 春夜喜雨 (봄밤에 내리는 반가운 비) – 두보(杜甫)
好雨知時節(호우지시절) 반가운 비가 시절을 알아
當春乃發生(당춘내발생) 봄이 되니 내리네
隨風潛入夜(수풍잠입야) 바람 따라 몰래 밤에 들어와
潤物細無聲(윤물세무성) 만물을 적셔주며 아무런 소리도 없네
野徑雲俱黑(야경운구흑) 들판의 오솔길은 구름이 낮게 깔려 어둡고
江船火燭明(강선화독명) 강 위에 뜬 배는 등불만 비추네
曉看紅濕處(효간홍습처) 새벽에 붉게 젖은 곳을 보니
花重錦官城(화중금관성) 금관성이 꽃으로 겹겹이 덮여 있네
제가 정말 좋아하는 시 중에 하나 인데요, 영화 ‘호우시절’의 제목은 바로 이 ‘춘야희우’의 첫 구절인 ‘호우지시절’에서 따온 것입니다.
영화 카피에도 이렇게 쓰여있네요…
‘때를 알고 내리는 비처럼, 다시 그 사람이 온다면…’
두보는 시인 ‘이백’과 더불어 중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양대 시인으로, 이백을 시선(詩仙)이라 부르고, 두보를 시성(詩聖)이라 부릅니다.
그만큼 둘의 시는 중국 문학에서도 최고의 경지에 올라있는데요, 하지만 두 시인의 시풍은 완전히 달라서, 이백의 시가 주로 자유와 호방한 기상을 노래한다고 하면 두보는 주로 고통 받는 민중들의 고단한 삶을 묘사하는 비장미가 있습니다.
백성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반가운 비… 그 비가 시절을 알아 마침내 내려온 것처럼, 영화에서는 두 주인공의 마음을 알아 때를 알고 내려옵니다.
★★★ 영화 ‘호우시절’ 감상하기 ★★★
영화 ‘호우시절’의 촬영지, 중국 청두(成都)
영화 배경지인 청두는 한국식 한자 발음으로 읽으면 ‘성도(成都)‘ 입니다.
중국 서남부에 위치한 청두는 쓰촨(四川)성의 성도 이며, 중국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 교통, 그리고 문화 중심지 중 하나 입니다.
삼국지 소설이나 게임을 즐겨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유비가 건국한 촉나라의 수도가 바로 청두입니다. 촉나라 때는 ‘익주‘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도시로, 역사적으로 유서 깊은 명소들도 많고 볼거리도 많은 도시입니다.
1. 두보초당(杜甫草堂)
먼저, 영화 호우시절의 배경이 된 두보초당(杜甫草堂)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두보는 이백과 함께 중국을 대표하는 시인으로 추앙 받는 인물로, 두보초당은 두보가 살았던 암자가 있던 자리에 조성된 광대한 정원으로 총 면적이 20만㎡ 에 달합니다.
사실 두보가 지금은 ‘시성’이라 불리우며 엄청나게 추앙 받고 있으나, 당시에는 하급 관리직 정도로 생활을 이어가며 가난한 삶을 살았는데, ‘안사의 난‘으로 인해 가족을 이끌고 수도인 장안을 떠나 청두로 올 수 밖에 없었고, 이곳에 이르러서야 생애 처음으로 여유로운 생활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인지 두보는 이 곳 청두의 암자에서 4년 간 머무르며, 이곳에서만 240편 이상의 시를 지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위에서 소개한 ‘춘야희우(春夜喜雨)‘ 입니다.
2. 무후사(武侯祠)
우리에게는 삼국지로 잘 알려진 삼국 시대 촉한의 명재상 제갈량을 기리기 위한 사당으로, 여기는 제갈량 뿐만 아니라 유비도 같이 모신 사당입니다. (중국에서 유일하게 주군과 신하가 함께 모셔진 사당입니다.)
원래는 유비가 주군이기 때문에 유비의 시호 소열제를 따서 한소열묘(漢昭烈廟)라 불렀지만, 후에 제갈공명의 시호인 충무후(忠武候)를 따서 ‘무후사’로 부르게 되었습니다.
삼국지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꼭 한번 방문해 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3. 청두 판다 연구기지(成都大熊猫繁育研究基地)
마지막으로 소개 드릴 곳은, 청두 판다 연구기지 입니다.
청두가 판다로 유명한 도시라는 사실 아시나요? 판다라는 동물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중국에만 서식하는 동물인데, 그 중국 내에서도 거의 대부분이 이 곳 청두에 있습니다.
청두 판다 연구기지는 판다를 보호하고 번식 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곳으로, 판다는 번식력이 매우 낮아 야생 상태에 그냥 놔두면 멸종 위기에 처하기 때문에 판다의 번식율을 높이기 위해 이 곳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총 면적이 66만㎡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하는 곳으로, 명칭은 ‘연구기지’라 뭔가 딱딱한 느낌이 들지만, 야생과 같은 환경에서 판다들이 자랄 수 있도록 조성된 곳이기 때문에, 마치 거대한 공원을 산책하듯이 둘러보며 판다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곳입니다.
마치며…
이상으로 영화 호우시절에 담긴 의미와 영화의 배경이 된 중국 청두, 그리고 두보초당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호우시절을 보면서 청두에 꼭 한번 가보고 싶다고 마음 먹은 지 벌써 10여 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못 가봤네요. ㅠㅠ
영화 제목처럼 좋은 시절이 다시 돌아와서 꼭 가볼 수 있기를 기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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